전기밥솥을 가져갔다고 의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1월 1일 오전 11시, 서산의 한 고시텔 3층 복도. 20년 동안 알고 지낸 이웃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자기 전기밥솥을 그 사람이 가져갔다고 의심해 말다툼이 붙었습니다. 화가 나 양손으로 가슴을 밀었고 그 사람은 뒤로 넘어져 뒤통수를 바닥에 부딪혔습니다. 쓰러진 채로 두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 사람은 10분쯤 뒤 일어나 빈 방에 들어가 누웠고, 그날 안에 숨졌습니다.
피해
외상성 경막하출혈 · 당일 사망
유리하게 본 사정
-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
- 동종 전과도 벌금형을 넘는 처벌 전력도 없음
- 중한 피해를 가할 목적이 아니라 말다툼 끝의 우발적 행동
- 행사한 힘의 정도가 결과에 비해 매우 중한 수준은 아니었음
불리하게 본 사정
-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
-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음
비슷한 상황이라면
폭행치사는 법정형 하한이 징역 3년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2년 6월이 나왔습니다. 정상참작감경(형법 제53조)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유리한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절반까지 내릴 수 있는 제도로, 이 사건에서는 처단형 범위가 1년 6개월~15년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도 실형입니다. 집행유예가 붙지 않은 이유는 판결문의 불리한 정상 첫 줄에 있습니다 — 쓰러진 사람을 두고 그냥 갔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넘어진 뒤 10분쯤 바닥에 있다가 일어나 빈 방에 들어가 누웠고 그대로 숨졌습니다. 그때 119를 불렀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판단이 형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밀치는 것도 폭행입니다. 때린다는 말을 주먹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형법상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전부를 말합니다. 밀기, 잡아끌기, 물을 끼얹기, 심지어 바로 옆에서 물건을 던지는 것도 포함됩니다.
뒤통수가 바닥에 부딪히는 사고는 폭행치사 사건에서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서 있는 사람이 뒤로 넘어지면 머리가 가장 먼저, 가장 세게 닿습니다. 술에 취해 있으면 반사적으로 손을 짚지 못해 위험이 더 커집니다. 판결문들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밀어」라는 표현을 불리한 사정으로 반복해 적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