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세운 뒤에 때린 건 다른 죄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3년 9월 밤 9시, 부산 연제구. 택시 뒷좌석에서 목적지를 말했는데 기사가 못 알아듣는다며 손으로 뒤통수를 한 번 때렸습니다. 기사는 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이번엔 얼굴과 귀를 여러 차례 맞았습니다. 귀에 꽂고 있던 블루투스가 부서지고 피가 났습니다.
피해
귀 부위 열상 등 · 치료일수 미상 · 피해자 60세 택시기사
유리하게 본 사정
- 상해가 중하지 않음
- 합의하여 처벌불원
- 교통안전에 구체적 위험은 발생하지 않음
불리하게 본 사정
- 운행 중 폭행 후 정차 상태에서 재차 폭행
-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힘
- 자해라고 주장하다 배척됨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 판결의 핵심은 「언제 때렸느냐」입니다. 달리는 중에 때린 것은 운전자폭행이고, 차를 세운 뒤에 때린 것은 그냥 폭행입니다. 대법원은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할 의사 없이 주·정차한 상태의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에는 운전자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2008도4375).
검사는 처음에 「운행 중 폭행으로 상해를 입혔다」고 기소했습니다. 이게 인정되면 운전자폭행치상이 되어 3년 이상의 징역, 즉 벌금형이 아예 없는 무거운 죄가 됩니다. 그런데 법원은 상해를 만든 폭행이 정차 후에 있었다고 보아 그 부분을 무죄로 했습니다. 대신 운전자폭행(뒤통수 한 대)과 폭행치상(정차 후)을 따로 인정했습니다.
무죄가 하나 섞였는데도 형이 가볍지 않습니다. 두 죄가 경합범으로 묶여 처단형 상한이 10년 6개월까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한 부분이 무죄면 형이 준다」가 항상 맞지는 않습니다.
피고인은 상처가 피해자의 자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블랙박스에 피해자가 스스로 뺨을 한 대 때리는 장면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그 뒤에 피고인이 귀를 여러 차례 강하게 때린 장면도 같은 영상에 있고, 뺨 한 대로는 귀에서 피가 날 수 없다고 보아 배척했습니다. 요즘 택시는 안팎으로 블랙박스가 돌아갑니다.